발음법, 발성법, 정리법

내가 사랑했던 친구가 있어. 그 이후부터 사랑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형이 됐지. 오래된 화석 같아. 먼지가 쌓이고 진이 흘러서 지나간 역사가 된 뒤에는 딱지가 앉아서 공룡이 시간 틀에 삭아가듯 내 삶이 파리해져만 갔지. 외려 이런 걸 이야기하면서 되새기는 게 부담될까 봐서 시한부로 가둬서 침착의 바다 바닥에 잠자코 뒀어. 넌 그대로야. 네 숨은 그 테로 진화하고 있잖아.

같은 이야기를 나는 이렇게 쓴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서 들리는 메아리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제 혼자 찾아서 매만진 적 없는 듯 겉치레 그 낯에 피어난 주근깨는 용기가 있어서 모자란 내 거울 속에서 움작거리지 사랑은 후회가 아니야 여전히 거기에 멈추어서, 그저 그렇게 그 방향에서 비가 내리네 너도 젖으라는 듯이

그런 사랑이 있냐고.

아니. 지나간 것은 내 사랑이 아니야. 그건 그냥 어떤 환상이나 섬광일 뿐이지.

난 내 사랑을 지금 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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