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과 1층 사이에서,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글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하거나 저, 황덕현과 친하거나 혹은 우연히 어떤 검색어를 넣었다가 호기심에 검색해 본 사람, 마지막으로 유튜브의 링크를 통해 들어온 사람 중 하나일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이나 접촉점은 없고 이게 전부이니까요.

페이스북은 2010년, 인스타그램은 2013년께 시작해서 너르고 길게도 소셜 미디어를 운영했습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시들해졌을 때도 계속했고,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뒤 연동이 가능해졌을 때도 이 두 소셜 미디어를 각자 운영해온 것은 일종의 서비스 실험이자 소셜 간의 성격 차이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 또 모든 연결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전혀 다른 장을 열어보고자 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시킨 상태에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가. 뿌리, 친구맺기 기능 등이 있어서 서비스로 연결되는 관계 기반에서 떨어져 나와서 각 개인이 운영하는 ‘WebLog’가 어떻게 흥하거나, 아니면 망하고 고립되는가.

워드프레스닷컴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블로그 역시 완전히 ‘탈 플랫폼’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기술적, 재정적 한계에서 최대치로 가져온 이곳에서 이를 펼쳐보려고 합니다.

물론 기본은 양질의 콘텐츠이겠지요. 글솜씨든 사진 실력이든 아니면 희귀한 영상이나 무엇이든지요. 앞으로는 조금더 편하게 사실이나 목격, 감정을 써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디의 단상’으로 대표되는 은유와 감정기술법을 이용한 글쓰기, ‘대유의 대유’로 범벅된 글짓기도 일부 계속될테지만 말입니다.

유튜브는 별도로 운영할 테지만 가끔씩 필요한 영상이 있을 경우 ‘퍼오기’를 하겠지만 블로그를 유튜브에 소개하지 않는 것으로 블로그의 독립성을 유지하겠습니다.

글이 사라지고 책이 자살하고 또 ‘3줄 요약’이 대세가 된 시대에, 앞으로 이 공간의 생잔을 잘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말은 이렇게 뱉고서 다음주쯤 ‘소셜 미디어 금단 현상’으로 인스타그램에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일단의 제 각오가 그렇다는 것이에요. 어디서든, 행복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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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강과 얼고, 붙은 사이

합정동을 넘어 당산으로 가는 길, 매일같은 나의 이동. 가슴이 딱딱해지는 공간, 심장이 움츠러드는 답답한 강, 한탄부터 서해갑문까지 이어지는 물의 삶이 맺힌 흐름이 언제부터 얼었다. 살얼음이 떠서 멈춘 것처럼 떠 있다.

이 강에서 나는 1년 동안 참으로 많은 것들을 봤다. 경계를 넘어오는 북측 체육 선수들의 차를 바라보고 쫓았고 꽁꽁 얼어서 경색된 삶들이 계절대로 차례로 변하는 모습을, 또 보트를 타거나 불꽃이 피어나는 순간, 연인이었거나 연인이 될 뻔한 사람들이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는 유화 같은 풍경, 또 회사 선배나 마음이 깊어질 사람과 노을을 머리에 두고 자전거를 타던 일까지. 베를린(백림)에 두고 온 달리기의 시간과 고난의 눈물까지 역시.

시간을 담은 지류가 아래에서 위로 흐를 수 없듯이 이 고난의 시간은 숙세가 아닌 세초부터 쌓였을 터. 살얼음을 빛나게 한 저 윤은 언젠가 쪼개질 것이다, 해보다 단단한 얼음은 없으니.

덜컹거리는 2호선은 언제고 생의 감각을 선물해주고 있다. 내게는 저 얼음의 강을 냉정하게 더 짧게 보여주고 있다. 아첨꾼이 붙이고 호사가가 갈라놓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찰나들은 겨우 한순간에 꿈속에서 무너지고 있다, 따뜻하고 강한 사람들의 바른 의지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