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새벽, 네 일터는 오래된 붉은 벽돌 집 낮이면 시리고 밤이면 뜨겁던 계절의 집, 그 날씨 밖에서 우리는 사랑을 했다. 사랑을 키웠다. 씨앗을 뿌렸다. 하늘의 빛을 보지 않고, 정강이에 힘이 풀릴 때까지 꼿꼿이 서되 어디 영향 받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우리는 구름이 땅을 가를 줄 몰랐네.
마른 땅에 필요했던 것은 눈물이 아닌 무지개를 품은 물줄기. 인제야 깨달은 것은 내가 한 움큼 더 돋아서는 아니야. 오래된 무서움, 떨어질 공포, 사라질 용기 그런 것이 잠깐 얼어버려서 그래.
한 사람이 뛴다. 발표를 마치고, 뒷문으로 나가 홀로 뛴다. 정장 차림. 발에는 구두. 수 킬로그램 영상장비와 카메라를 가진 이들이 뒤를 쫓는다. 사백여 미터쯤 됐을까. 모 종합편성채널 뉴스프로그램 소속 촬영 기자들이 붙고, 뒤이어 나도 곁에 서서 몰아치는 숨을 진정시킨다. 그가 웃는다. 뒤에서 온 이들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질문을 쏟아 낸다. 그가 답한다. “이미 다 말했다.”
두 회사, 하나의 홈페이지. 한 회사는 다른 회사와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고 “홈페이지를 만드는 동안 좀 빌려 썼다”는 입장. 다른 회사는 침묵 가운데 앞에 언급한 회사의 성과를 ‘아예 홈페이지 머리글로 소개하며’ 홍보해 가상화폐를 판매하고 있다. 두 회사의 이름은 같고 최대주주와 대표는 친인척 사이다.
십수 년씩 업계 취재를 한 선배도 “뭐 뒷문으로 뛰쳐 가는 경우가 있냐”며 성토하고, “다시 들어가 질문을 받겠다”던 사람은 소회의실로 들어가 한참을 생각하다 나와서 같은 말만 반복한다.
홈페이지를 빌려준, 가상화폐를 판 회사는 오늘 일부 투자자에게 추가 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를 무마하려 한다. ‘사기 코인’ 지적을 받은 바 있고, 글로벌 ICO 분석업체 애널라이즈가 평가점수 5점 만점 중 최하점인 1점을 준 바로 그 코인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대로 한번 할 것이다”며 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열심히 뛰겠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그가 어디로 뛸까. 이 사업은 어디로 뛸까. 이 회사만의 문제일까. 시스템은. 또 ‘부끄럽지만’ 언론은. 있다는 배는 여전히 물 속에 있고, 사람과 돈은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