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달이 아니더라도

“오래 빌어서 소원 이뤄질 것 같으면 평생이라도 빌겠네.”

 

오래된 말에 그저 피식, 망부석 된 그에게서 느껴지는 건 열정적인 사랑의 말로라기보다 피로의 누적, 아니면 ‘아니면 말고’. 세밑과 세시의 사이, 어두운 바람 사이에 진정 마음을 깊게 눌러 겨우 한마디 내지르다 찬 공기에 자모음 흩어졌다. 을지로 삼가, 어떤 소녀를 보낸 길. 노량진 언덕, 인연이 마음의 영어囹圄로 떠난 곳. 동아시아의 서울, 레프 톨스토이의 미하일을 만난 자리. 그들이 궤도로 돌아가는 동안 불평 많은 나는 머리를 괴고 옆으로 끄덕거리며 간사하며 음란한 구획만 재고 있던 게 아닌지 고민을 놓을 수 없던 것이다.

 

삿된 삶에 그래도 ‘그레고리의 새날’에 몇 개 바라보자면 스스로 진보를 끊지 말 것, 듣기 싫은 말에 상처받지 말 것, 오래된 꿈을 끝끝내 부여잡을 것. 어제나 오늘처럼, 똑바로 서서 불안과 불행에 미소 지을 것. 그냥 그 정도.

 

간교한 밤은 이 밤 내게 큰 달을 선물했네, 그 달이 결코 어제 것보다 크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내게. 욕심은 온도에 따라 팽창했다가 수축하길 반복한대도 그 정도로 무너질 사람은 없다고 네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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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와 개의 새 날, 날 기록 단상

노트 두 권을 새로 맞았다. 연말이면 사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다이어리를 올해는 사지 않았다. 사실 나눔, 작년까지 3년 연속 이어오던 ‘다이어리를 모아 NGO에 기부하던 프로젝트’도 멈췄다. 다이어리 사용이 주변에서도 현저히 줄어들었고, 나 역시 구글 캘린더 등 프로그램 활용이 는 탓도 있는데다 ‘다이어리 기부’에 대한 실효성 역시 고민됐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 스타벅스 등 다이어리를 주는 커피 프랜차이즈 등의 방문 횟수가 재화 저축을 목표로 얼어붙었기 때문에 올해부터 일정을 종이에 적지 않으려 했다.

나 같은 결심을 하는 사람이 는 탓인지, 업계에서도 내 생활과 맞는 제품을 내놔 결국 다시 종이 제품을 들였다. 얇은 일정 노트와 그래도 조금 두꺼운 종이 뭉치다.

스물 일곱 이후 만 5년 동안, 그 시작만큼 열정적이고 열심히 살았냐 자문하자면, 글쎄다. 꼭 무엇을 생산해야만 혹은 자랑할만한 성과를 얻어야만 열정과 마음을 다했다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타성에 조금씩 젖은 건 아닌지, 개미지옥 깊은 곳을 향하듯 제자리만 머뭇거리며 맴돌기만 한 것은 아닌지 생각을 더 해보려 한다. 그것들을 차곡차곡 적어볼 요량이다.

행복이 가장 우선이라 ‘다시’ 생각하게 된 요즘, 30대의 첫 이정표를 내년 새로 세워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