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해가 지는 소리를 듣다가, 아니 내가 우주를 나는 분위기를 느끼다가 점심에 즐겨 먹어 온 편의점 도시락값이 최근 한 달 새 100원 오른 게 떠올랐다.
편의점은 오래된 슈퍼들을 박멸시키고 건물 아래 자리를 잡았다. 뱀이나 도마뱀이 자신을 키우기 위해 허물을 벗는다 했던가, 점방들은 모두 간판을 던지고 기업의 물류로 옷을 갈아 입었다. 그쯤부터 등장했던 게 1980년대부터 있었다던 ‘슈퍼마켓 도시락’.
내가 처음 편의점에서 먹은 도시락은 3100원인가 그쯤 했다. 그걸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까닭은 2011년과 2012년, 줄기차게도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대서다. 비싸질 만큼 비싸져서 이제는 라면, 냉면이 1만원권 한 장으로 되지 않을 지경에 다다랐고, 편의점에도 이런 값의 한 판이 등장했으나 그쯤에는 여느 식당 메뉴의 반 값이면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던 터라 언론사 입사 준비와 대기업 공개채용을 한꺼번에 준비하면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뛰던 내가 좋은 ‘영양섭취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낀 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 들어갔다. 기업에 입을 떼기위한 차비로 쓰였다. 때로 취업과 결혼을 벌써 잡은 이에게 둘다 손에 없는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축하의 티켓이 됐으나, 지금보니 참 부질없었다. 그중 절반은 이미 연락이 오래 전 끊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였던가. 편의점에 들어가면 항상 밥값이 궁금해서 돌아보는 게 습관이 됐다. 이 따위 사견으로 공공을 위한 글을 짓진 않을 테지만 이 틈바구니에도 4~5년 사이 참 많은 게 변했다. 2개를 하나로 묶어 파는 삼각김밥은 천천히 종적을 감췄고, 1500원이 넘는 것도 생겨났다. 샐러드가 생겼으나 왠지 모르게 도시락보다 비쌌고 파스타나 짜장면같은 게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어느새 값은 천천히 올라 있었다.
가격표를 새로 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사이 천사들이 붙였던 김밥의 가격표는 과거 1000원에서 최대 4000원여까지 택갈이됐고 찌개나 볶음같은 것은 아예 ‘2인분부터’라는 단서까지 덧붙여 1만 8000원이 됐다. 월급은 개미의 눈물에 움튼 이끼에서 탈락한 이파리처럼 조금 올랐지만 말이다.
값이 올랐다는 게 싫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또 왜 이 뜨거운 반도가 변해가는지 편의점 식탁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친구가 없고 점심시간이 급한 데다 돈이 너무 궁해서 이런 버릇이 생긴 것은, 전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