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언덕에 박힌 가시는 시간을 질질 끌다 점점 가팔라졌다 우리가 허공에 흩뿌린 말들이 턱 어깨 가슴 아래로 쏟아질 때 질기디질겨서 찢기진 않더라도 뒤틀릴 수 있으리라 생각해온 관계는 비틀렸다. 서로 다른 시공에서 우리 낱말은 가루가 됐다 숨에 이의가 생기고 콧소리에 반론이 붙었다 지난주까지 나눌 수 있던 분모가 분해돼 해解 아닌 이異로 옮겨갈 때, 어차피 기각 못할 오염이 묻어 우리는 벽에 가로 막혔다
당신과 나는 피고도 원고도 되지 못해 이제 막대 뒤에서 껍데기같은 우리 모습을 훌쩍이며 몰래 보다가, 눈을 마주쳐도 반짝이는 흔적만 남겨서 이제 우리는 뒤뜰로 떠난다
우리 사랑을 공청할 때, 이 낮은 공기가 나뭇잎처럼 떨어진다 지금 이것은 말이 되는 소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