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지는, 환경還京의 일기日記가 내 생의 감각을 깨운다. 달리다 만난 얼굴 없는 사람 때문이 아니다. 이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길, 아직 얼지 않은 노면을 향해 낙하하는 낮의 빛, 아파하지 않으려 애쓴다고 마취되지 않은 마음이 정오를 넘겼다. 괜찮으니, 당신의 고통을 나에게 건네줘. 이대로 두고 떠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헬멧의 앞유리를 내렸다. 우리는 여전히 소요騷擾 속에 살고 있잖아.
등이 서늘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일까. 아니면 오래된 통증이 다시 재발한 것인가. 쉽게 이름붙일 수 없는 느낌은 강가에서 다시 깨진다. 얼음이, 계절을 투영하고 있다. 거울은 무지개보다 쉽게 빛을 바꾼다지만 마음의 빛은 쪼개진 만화경처럼 하나로 규정되지 못했다.
서울은 강을 따라 순리대로 가고 있을까. 세상은 조금씩 기울어 가면서, 한쪽에서 반대편으로 흘러내리고 있는데 과학만 곧추선 건 아닐까.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랑의 소리가 울린다. 나지막한 언덕에서 ‘호호’ 소리가 퍼진다. 음성이라기 보다 그것은 어떤 간결한 소리. 어조도 없고 사투리가 아닌, 배워본 적 없는 음音의 형태가 내 귓가에 떨린다. 당신의 사랑이 그렇게 오고 있다.
그러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사랑이라 생각해 단어를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색, 음경이 발기되는 온도, 심장을 주무르는 곰작거림. 허위로 조작되는 순간인 줄 모르고, 어떤 사람의 간결한 비논리적 실험 작태인 줄 모르고, 의도의 조합인 줄 모르고.
합체하기 싫은 몸을 맞추듯 나와 반대되는 사람에게 내 살 일부를 내어줘야 한다면, 그게 내 삶에 대한 협찬이라면 나는 누구인가.
편리에 따른 게 아니라 하면서도, 우리는 편리대로 서로를 조합했다. 근육은 늘어나다 찢어지고, 연골은 방향을 잃고 돌다가 이상한 모양으로 멈추고.
생각에 젖었다가 겨우 뜬 눈은 곧장 창문으로 향했다. 여전히 눈은 오는가. 여전히 생의 감각은 바깥에서부터 찾아오는가.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