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법, 발성법, 정리법

내가 사랑했던 친구가 있어. 그 이후부터 사랑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형이 됐지. 오래된 화석 같아. 먼지가 쌓이고 진이 흘러서 지나간 역사가 된 뒤에는 딱지가 앉아서 공룡이 시간 틀에 삭아가듯 내 삶이 파리해져만 갔지. 외려 이런 걸 이야기하면서 되새기는 게 부담될까 봐서 시한부로 가둬서 침착의 바다 바닥에 잠자코 뒀어. 넌 그대로야. 네 숨은 그 테로 진화하고 있잖아.

같은 이야기를 나는 이렇게 쓴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서 들리는 메아리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제 혼자 찾아서 매만진 적 없는 듯 겉치레 그 낯에 피어난 주근깨는 용기가 있어서 모자란 내 거울 속에서 움작거리지 사랑은 후회가 아니야 여전히 거기에 멈추어서, 그저 그렇게 그 방향에서 비가 내리네 너도 젖으라는 듯이

그런 사랑이 있냐고.

아니. 지나간 것은 내 사랑이 아니야. 그건 그냥 어떤 환상이나 섬광일 뿐이지.

난 내 사랑을 지금 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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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카르텔

밤하늘의 별은 오래된 시간이다. 당신이 보는 섬광은 각각 사관史觀의 족적足跡이 남았으나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나 하나의 이유와 농염濃艶을. 어떤 별은 이미 수명을 오려 어떤 중성자별과 백색왜성이 됐는데, 우리는 그림자를 지켜보고 있다. 뜻 모를 구름이 흐르는데 너들은 귀 없이 입을 열어서 소음을 내고, 거리가 희미해지고 있다.

관계는 목을 졸랐다. 버리려고 내놓았던 생각에 인지상정의 틈에 거푸집에서 쪄낸 어떤 것들을 부어봤으나 소문은 점도 없이 거품 사이를 헤엄쳐서 뒷방까지 뻗어 나갔다. 당신이 종용하지 않았다면서 쓴 진술서에는 ‘과실치사는 병’이라는 해괴한 부연만 따라 붙었다. 정廷 밖에는 비와 피가 흘렀다. 당신은 ‘거울조차 볼 수 없었다’며 허튼 소리를 했고, 카르텔은 연기처럼 확정판결됐다.

두세 밤이 더 지나갔으나 소름이 가라앉지 않는, 당신이 모르고 있는 카르텔, 당신의 거울 곳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