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즐겁다

귀로 들은 것을 믿어야 하는가 공식적인 자리의 발표를 신뢰해야 하는가 어디에도 진실이 없는데, 어떤 사람들은 때에 따라 말을 바꾸고 표정을 씻는다 근거가 없는 글은 소설이나 극이라는 이름이 붙고, 또다른 가끔의 글에는 ‘기자 출신 작가’같은 이름표가 달리는데 어느 주막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그가 그 길을 선택한 데 대한 부끄러움이 덧칠돼 있다 뚫어서, 모욕적인 단어가 머리에 부착된 채 조리돌림 당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인데다 굳이 생에서 그런 것을 감수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의 말로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의를 차리면서 눈치나 편의를 보자면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묻는 것 뿐이다 도태되는 게 다른 것이라면 다르겠으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아야 한다 이것은 나에게도 던지는 다짐이다 상냥해지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우리는 어떤 친절을 교환하려고 하는 것일까 하여서 결코 입에 꽂아본 적 없는 연초를 떠올렸다 그 갑에는 단테의 신곡 천국편이 담겨 있었으나 두란테도 지옥편에 정적을 쏟아 넣었다 결국 블랙홀같은 포털에 쏟아넣는 글씨 정도겠으나 그중에 정수精髓가 있으려나, 내가 아는 이들은 그렇게 고민했다

사람들은 즐겁다 어떤 말이든 쉽게 할 수 있어서, 외람된 것들을 구부렸다가 펴기도 했다 음모론은 쉬웠고 고민은 얕았다 어떤 욕심은 쉽게 자기 쪽을 답습했는데 남도 그렇다는 것을 처음부터 몰랐던 양 능청을 부렸다 사람들은 아직 즐거웠다 어떤 그래서는 안됐던 일과 ‘더 그래서는 안됐던 일’ 가운데서 차안대는 편리한 쾌락이었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었다

혹시 꿈 속에서라도 가능하다 하더라도, 나는 신이 되고 싶지 않다고, 짧게 생각해 보았다 사실상 종교와 별개의 말이다 이 단락에 ‘사실상’을 가져다 대는 것은 태어나서 인지가 생기기 전 이미 나에게 종교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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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글씨를 모았다

전투력으로 일하기 싫다. 괴물이 될 수 없다.

어떤 날 아침께 메일을 받았다. 내 글의 일부가 사실과 다르며, 없는 사실을 조작 혹은 왜곡해서 지은 이른바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어떤 취재가 떠올랐다. 2만 걸음을 걷고서 낳은 글이다. 보지 않은 것을 찍을 수 없고 듣지 않은 것을 적지 않는다. 그런 글씨의 모음이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읽거나 느낀 것은 무엇인가. 물론 글에는 ‘느낀 점’을 담지 않지만, 그게 10할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이 어떻게 글씨만 모으겠는가. 거기 온도가 없다고 하여도.

치솟던 억울한 감정은 오히려 내수면으로 가라앉았고, 가슴에 응어리가 탁 걸렸다. 어떤 글이나 영상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으나 이자도 그중 하나일텐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어떤 게 좋은 표출일까.

냉정한 손으로 몇 단어를 적었다. 굳이 감정을 싣지 않았고, 깊이 더하려 애를 썼다.

지난해와 또다른 해에 받은 종이들이 떠올랐다. 통지서에는 ‘각하’가 가득했다. 일이 되지 않는 일도, 만들면 일이 된다. 문제를 위한 문제는 어디서든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지 않았고 앞으로 그럴 일도 만들지 않고 싶어서 벽에 붙인 종이는 화석이 됐다.

이 단어를 적는 동안 짧은 내 삶도 함께 되새겨 보았다. 후회할 일은 애초에 하지 않고 싶고, 되지 않는 일은 없게끔 하고 싶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상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애 써버리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언제나 생기는 편차 밖 상황과 위양성僞陽性이 이렇게 가끔씩 나를 때리거나 또 흔드는 셈이다.

편지를 띄웠다. 속에 숨긴 말은 그런 것이다. 나는 괴물’까지는’ 아니다. ‘필요없는 싸움’은 필요하지 않다. 또 나도 완벽하거나, 좋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글은 부족하며 생각은 혼란스럽지만 방향은 있다, 적어도.

그런 글씨를 모았다. 엽서에 적었다. 삶을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