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다’는 기분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해치는 시간이라면

왼쪽으로 깜빡이, 그러니까 방향 지시등을 켜고 오른쪽 점선을 밟아요.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 정도예요. 사이드 브레이크, 그러니까 주차 브레이크를 걸고 액셀러레이터, 가속페달을 내 질러 버려요. 속이 닳겠죠. 마음이 그래요. 허전하고 찢어지느라, 마음이 닳고 찌그러졌어요. 여기는 부딪힐 게 없는 곳인데도, 이상하게.

어쩌면 사랑하지 않고, 필요했나요. 차라리 푹 잠기는 게 낫겠어요, 마음 어귀를 따라서 파도가 치고, 조약돌이 삶의 끝으로 가듯이 어떤 분면은 닳고 헤져서 반대편을 침범하려고 하지요. 우리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어떤 순간은 너(들)에게 정의되었죠. 답하지 않아도 돼요. 물결이 깨지는 소리로 이미 듣고 있어요.

너무 깊숙이 찌른 건가요. 행복을 바라요. 계절이나 공기에 취해서 생을 긋지 말아요. 고마웠어요. 모두 진심이었어요.

덧붙여서, 단어를 수집하는 내 취미도 뒤로 미루었어요. 해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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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고백

처방하고 남은 사랑을 준 것은 아님에도 너는 ‘남아 있는 것’을 가끔 이야기했어. ‘꺼낸 것이 전부’라는 내 목소리는 공명이 되곤 했지. 네 그 넓은 마음에 내 표현은 겨우 흔적 몇 개 정도라서 크게 울렸나. 그래서 나는 농부가 되었어, 틈을 메꾸려고. 마음을 갈아서 씨앗을 수 배 열매로 틔웠지만, 그럼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랑을 대하는 태생의 내 한계인가 봐.

그런데도 나는 쥘 수 있을 만큼의 숨을 모아서 모두 보내었고, 또 보낸다. 내일 삶의 끝에 닿는다면 여한 남기지 않으려고 해. 일렁이는 저면底面에 곤한 때를 보내는 고래가 떠올라서 우리에게 감격의 때를 주듯이, 지금 이때 찰나와 탄지彈指의 틈을 사랑하려고. 그쯤이면 돼,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