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2년마다

회사는 2년마다 데이터 처리 및 저장 장치를 가져간다. 다시 내어준다. 처음 받은 것은 레노버에서 나온 씽크패드(Thinkpad) X250, 다음은 X280, 그리고 엊그제 X390을 받았다. 기계뿐만 아니라 물건 각 개에 정을 크게 붙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지만 그게 뜻대로만 되진 않고 그저 태엽을 감듯 뒤로 돌리면서 떠올리자면, 사실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도 자제하지만, 터치패드는 강남역 진흥상가 화재 때 비닐이 벗겨졌고, 상판 콕 찍힌 자국은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 당시 왕자가(王子街)에서 상처를 입었다. 텔레그램 상 성착취물 공유 세태 ‘박사방’과 ‘n번방’ 취재를 했고,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관련해서도,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정부 인사 1심 판결도, 강남 클럽 버닝썬과 관련한 취재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출장도, 비트코인을 위시한 블록체인의 변주 신일골드코인 사태도, 재야 원로 백기완 선생 와병도 이걸로 썼다. 기업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보다 이제 글을 쓰는 날이 많아진 삶에, 지난 7월에는 이게 운명殞命했다. 닳고 닳았나. 완벽한 게 없고 바위도 삭히고 나무도 녹이는 게 시간이라는데 나는 어느 방향으로 휘었나. 안에서는 내가 보이지 않아서 자꾸 거울을 보았다. 판단은 어려워서 대중에 내놓았다. 오히려 그게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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