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이런 곳에서 뵙네요. 잘 지내셨죠? 요새도 뜨개질 잘 하시나요. 가을쯤부터 어머님께서 목도리를 뜨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두 개 길이를 비교해가면서, 아버님 목에 둘러보면서 아버님이 “이것 참 좋네”라고 말하시면 “따로 줄 사람 있으니까 얼른 내놓으라”고 말씀 하셨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저도 사실은 무릎 담요를 사뒀어요. 앞마당에 느린 바람이 뺨과 팔뚝을 할퀼 때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까, 언덕 넘어서는 해 뒤로 찾아오는 그리움이나 서른 해짜리 씁쓸함을 덮을 수 있을까 하고요. 오래전 이야기가 됐네요.
어디 가는 길이셨나요. 이 동네 쉽게 나올 일 없으시잖아요. 어머님이 좋아하던 음식을 파는 곳이 많은 지역도 아닐 뿐더러, 젊은 애들이 멋 부리면서 함부로 사진 찍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것보다는 고즈넉한 풍경 좋아하시는 것 알아요. 전에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덕현아, 난 무거운 게 좋더라. 분위기든 사람이든 사랑이든 말이야. 너도 그렇게 지내라, 항상.” 이런 가볍고 흔한 골짜기라서, 괜히 쑥스러움이 돋아요.
저는, 그냥 버티면서 살고 있어요. 여전히요? 네, 제 목표는 그대로예요. 그래서 월급도 그럭저럭 시간도 이럭저럭, 생각도 이러쿵저러쿵. 난 게 없네요, 여전히.
어머님, 맞아요. 그렇게 됐어요. 노력해서 노력이 발하면 좋은데 그러지 못할 때도 많으니까요. 그게 사람이면 더 그렇죠. 제 일보다 어머님 생각이 먼저 났어요. 제가 너무 받기만 했죠, 마음이든 뭐든. 저희 엄마요? 네, 건강하세요. 아빠도.
저요? 살고 있어요. 살아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