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항香港홍콩 방향

아침 비행기는 서해 방향으로 날게 된다. 해가 지는 쪽의 섬, 홍콩에 착륙하게 될 것이다.

반송중대유행은 계속되고 있다. 홍콩 행정부는 범죄인 송환법을 철회했으나 복면금지법이라는 일종의 토끼몰이가 다시 시작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사망, 쓰러진 기자까지.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무엇일까. 성난 사람들의 도발일까, 아니면 강대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비대칭한 정보로 파편을 쪼개는 쪽일까.

이야기는 조립되는 것이고, 사실 파편의 어느 것이 현실의 저면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사실 ‘왜 내가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없다. 그렇지만 삶은 해답을 찾기 위한, 사실 그 대답이 주관식인지 답이 하나인 객관식인지, 그도 아니라면 다지 선다형의 객관식인지,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라고 한다면 내 선택은 비행기에 오르는 바로 이것인 셈이다.

휴가를 떠나는 것이다, 나는. 글이나 사진, 영상으로 남기려고 할 테지만 그것은 업무가 아닌 고민의 영역이 될 것이다. 물론 돌발상황이 벌어지면 글을 써서 한국으로 보내겠다고 귀띔 정도 덧붙였으나 그게 쉬울까, 그 난리 바닥에서.

비행기표를 끊고 나서 수일 아팠고, 그 뒤로는 열심히 길을 익혔다. 지하철도 버스도 트램도 끊기거나 정차되곤 한다는 곳에 들어갔다가 나오곤 해야하니까. 옷과 장비도 이동과 상황 대처에 가장 알맞게 준비했다. 시뮬레이션까지 하고 가는 출국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전히 남쪽 바닷가에 사는 엄마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사진과 영상, 글로 담기보다 눈과 마음에 담아라’는 것이나 나는 그 세 가지로 밥을 빌어먹는 일을 구했고 이제 그 다섯 가지 모두를 채우러 떠난다.

비행기는 서쪽 방향에 내려 앉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서쪽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와 연이어서 해가 뜬다는 징조일 것이다. 가자, 서서히 해가 뜰 섬으로.

조슈아 웡 비서장을 만날 수 있을까?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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