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향하는 고속도로에 비가 내린다. 장천마을에서 맞은 몇 방울이 아니라 그래도 땅을 적실만큼, 부족하진 않게 넉넉히 내린다.
길고긴 한주를 마치기 위해 집으로, 세번째 고향같은 연남동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땀에 젖은, 사흘째 입은 옷과 먼지투성이가 돼버린 가방을, 보조배터리와 충전기, 수첩과 수건, 텀블러가 대충 들어차 있는 배낭이 복잡고단한 날을 반증한다.
지난 주말 추위 속에서 핀 벚꽃을 마주한 사람들을 만나고 묻고 썼다. 그치들이 그랬다.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에 꽃이 핀다는데, 그 사이에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가 와서 다 지면 어떻게 하냐”고, “그래서 굳이 이번주에 왔다”고.
그들 역시 이 비는 반가울 것이다. 먼저 얻은 사진 때문이 아니라 땅 속에서 숨쉬고 있을지 모르는 잔불을 이 비가 깨끗하게 안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리라고, 나는 믿는다.
과하지 않게 다가가 조심히 묻고, 뒤로는 열심히 찾아대면서 버티려고 한다. 지난 목요일에는 14년 만에 가위에 눌렸다. 피곤하면 때때로 왼쪽 눈이 뿌옇다. 부단히 읽고 심각하게 고민해도 누군가는 그를 쉽게 욕하고 손쉽게 몰아붙이곤 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고개 숙이고 낮게 가겠다.
집에 가는 길, 나는 우산이 없지만 이 비가 좀더 거세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