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감사

사전에 한정 하더라도 우리는 가치에 최소 세가지 의미를 부여합니다. 우선 사람. 또 관계. 그리고 경중, 즉 중요도. 말 그대로 ‘무법의 영역’을 알처럼 깨고 있는 상태에서 이 세 가지를 조화롭게 조명하는 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무리하지 않으려 애썼으나 회사에 폐를 끼칠 수도 없을 뿐더러 많은 사람에게 부담이 되긴 더욱 싫은 마음을 쌓아 오늘 이렇게 펼쳤습니다.

어떤 방향에서, 여전히 우리를 편향적으로 싫어하거나 몇 단어로 치부해버리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 압니다. 열정 아니면 욕심이라는 사람의 숲, 그 사이를 고고한 학처럼만 살 수도 없고 입을 닫아도 머무를 듯한 악어새처럼 있기도 싫지만 오늘은 진정을 담아 이 길을 하나 또 텄습니다. 트려고 했습니다.

밤이 어두워져 가고, 우리는 내일 또 하나씩 보고 불을 피울 겁니다.

저를 기억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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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로에 바람이 부네요

오래된, 아직 흔적이 있고 체온이 남은 이야기를 꺼내볼까요. 아니, 하지 말까요. 좋은 계절에 낙엽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당신 기다리는 조각들 덮고 기워 원래 있던 것처럼 눈물 또르르 내릴 시간이라 적을까요. 아니면 강남대로 가운데 서 있는 지금 이시간, 어떤 것도 후회한 적 없다고 크게 외쳐 볼까요.

사랑할 수 있게 생기지 않아서 미안했어요. 그런 핀잔에 마음 편하게, 시쳇말로 ‘쿨하게’ 넘길 채신머리 없어서 미안하고 미안하여요. 키가 크고 단단해서 품을 내어주거나 크게 안아줄만 하지 못해 미안하여요. 당신이 생각하던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당신이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 아녀서.

윤중로에 벚꽃이 필 거예요, 오늘은 시월 십구일. 가을 바람을 봄이라 속은 벚나무들이 꽃잎을 내어줄 거예요. 흩날리는 녀석들을 한 움큼 쥐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미신을 믿을 거예요. 옆에서 갈대가 부스럭 거리면, 그것은 그냥 흔한 연날리기 소리나 마실 나온 가족이 우리 상황을 엿보는 키득거림이라고 짐작할 테여요.

그러면 당신을 볼 수 있을까요. 가짜 바람으로 진짜 가슴이 뛸까요. 길에 앉아 먼 산을 바라봤어요. 저기 붉게 불 붙고 있는 것은 단풍인가요, 아니면 진달래일까요.

강남대로에 바람이 부네요. 마음이 펄럭거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