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과 퇴근을 사랑한다. 이 기억은 쉽게 잊힐 찰나들. 아침 첫 땀 냄새를 맡게 되는 지하철, 오래 부는 바람, 서서 아니면 앉아서 보는 매일 같지만 다른 풍경.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하다가 들어서는 단단하고 삭막한 건물. 그리고 이제 머리로 의심과 의식으로 시작하는 어떤 시간들. 밥을 먹고 커피나 물을 마시는 시간까지 분초는 짜인 연극처럼 우리는 녹봉祿俸에 대한 가치를 쌓고 거둔다.
그러나 때로 그 기쁨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권력 관계에 종속된다. 이를테면 끊임없는 알람이나 멈추지 않는 진동, 아니면 남의 고통에 대한 희망. 우리는 어디까지 사람이었고 어떤 글과 사실에 감동을 팔아버린 것인가. 일과 삶은 사람에 의해 설계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 어떤 영악의 굴레를 우리는 사는 것인지. 오래된 이들의 글을 뒤지다 깊게 숨을 쉬었다.
오래전 부산의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서빙을 한 적 있다. 하루에 연회나 포럼, 결혼식이 몇 건 있든지 오만 팔천원을 줬고 너무 뻔한 반복의 일상이라 쉽게 돈을 벌 것 같아 지원한 일에도 정치와 경제, 산업과 종교가 돌아갔다. 지방의 대학을 다니다 일당 받는 일상이 행복해 학교를 그만두고 아예 이 업계로 뛰어들었다는 ‘캡틴'(Captain)은 “모든 곳에서 행복을 느낀다”며 “무례한 손님과 다툼도 게임처럼 다루라”고 말했는데, 오늘따라 그의 그 말이 생각난다. 먼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그의 담뱃갑에는 ‘클라우드 나인'(Cloud nine)이 적어져 있었는데. 오, 단테여. 오, 단테여.
어떤 가을의 밤, 어떤 삶을 기록하다가 짧게 써본다.
지구는 돌고 계속되는 우주 비행. 우리는 어느 별로 가고 있을까, 삶이여.